10월 마지막 날. 할로윈 데이
이상한 야시시한 냄새가 풍기는 방 안에는 환기를 위해 열어 둔 창문을 통해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돌리다 멈춰진 텔레비전에선 유명 요리 연구가가 식당들에 대한 솔루션을 해 주고 있다. 어설픈 술기운이 남아 잠은 오지 않고, 육체의 관계를 맺다 실패한 두 남녀는 침대에 옷을 입은 채로 누워 서로에 대해 몸이 아닌 감정의 관계를 맺고 있었다.
둘은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사이로, 둘이 놀러 나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당초 계획은 미술관 관람을 마치고 밥을 먹고 헤어질 예정이었지만.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술기운이 온몸을 덮쳐 평소 즐기지도 않던 클럽에까지 발을 두게 되었다.
하지만, 할로윈 마지막 날 클럽보다 길거리가 흥한 특수 상황 덕에 춤을 추는 사람은 없고 둘이 앉아 담배 한 개비를 나눠 피며 이야기를 하고 이내 입을 맞추게 되었다.
그 뒤는 자연스레 클럽을 나왔고, 자연스럽게 모텔을 찾게 되었다.
남자는 관계를 맺은 적이 없는 동정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여자는 육체의 관계를 즐기는 사람이었고, 처음인 남자를 배려해 ‘나 같은 사람이랑 처음이어도 괜찮아?’ 라며 자기보다 3살이나 많은 남자를 첫 경험을 앞둔 여고생 취급을 했다.
결국 모텔에서 조차 남자는 서지 않았고, 남자는 여자에게 “역시 너로는 안 선다.” 라는 여자에게 상처가 될 만한 말을 한 뒤 관계를 멈췄다.
둘은 벗었던 옷을 주워 입으며 텔레비전을 켜게 된 것이었다.
“괜찮아. 왠지 그럴 거 같았어. 얼굴 보자는 얘기할 때 그런 느낌 들더라. 그래서 오빠 하고 싶은 데로 하라고 한 거였고. 처음인데 안 좋은 기억 남겨주고 싶지는 않았거든.”
“무슨 마더 테레사야?”
남자는 농담 섞인 말투로 말했지만 사실 여자의 그 한 마디에 미안함과 죄책감에 사로 잡혔다. 이 자리까지 끌고 온 것과 그에 대한 확신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미안하다. 나도 안될 줄 몰랐네.”
남자는 차마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는 말했다.
“근데 오빠 거 다시 한 번 봐도 돼? 자세히 못 봤어.”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남자의 물건은 평범한 사람의 것과는 많이 달랐다.
몸이 남성 호르몬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태생의 불치병을 안고 있는 몸이었고, 그 여파로 그의 물건은 엄지손가락만한 크기의 것이었다.
“뭐 이제 와서?”
여자는 이미 남자의 것을 입에 물었던 것을 떠올리게 하며 말을 했다.
“... 하긴 그건 그러네.”
남자는 망설임 없이 입고 있던 청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이렇게 생겼구나. 이게 내 입에 들어왔던 거네.”
여자가 남자의 것을 가지고 장난을 치며 말했다.
“무슨 그렇게 말을 하냐.”
남자는 여자의 장난에 맞장구를 치며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여자는 이내 남자의 물건을 소중하게 가지고 놀더니 몸을 일으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첨에 모텔 가자고 했을 때 조금 생각했었어. 무슨 문제가 있던가. 나로는 안 될 거 같다고. 근데 예상대로였네.”
여자는 왼쪽팔로 머리를 받치며 남자 쪽으로 돌아누웠다.
남자역시 속옷을 올리고는 여자 쪽으로 돌아누워 서로 눈을 마주치고 말을 이었다.
“그래? 괜히 더 미안해지네.”
“으응 미안해할 거 없어. 그럴 수도 있지 뭐. 근데 왜 나랑 하고 싶었던 거야? 그냥 분위기에? 키스도 했겠다. 한번 경험이나 해보려고?”
“... 그런 걸 묻는다고? 왜 궁금한데.”
“그냥 궁금하니까.”
“...될 줄 알았어. 네가 먼저 다가왔다고 생각했으니까 팔을 끌어당겨 가슴에 닿게 하지 않나 얼굴 코앞까지 얼굴을 갖다 대고 빤히 쳐다보면서 집에가기 싫다고 하질 않나.”
“내가 그랬나? 클럽에서 잘 안 들리니까 당긴 거고 가슴이 닿는 줄은 몰랐네. 취해서 기억이 안나. 그래서 거기서 흥분한 거야?”
“아니, 뭐.. 흥분까지는... 그냥.. 뭐..”
남자는 동정인 티를 내는지 말도 더듬거리며 적극적인 여자에게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럼 너는 왜 나랑 하고 싶었는데.”
당황하던 남자가 역으로 여자에게 물었다.
“.... 왤 거 같은데.”
순간 시선을 피하던 여자가 말했다.
“..하고 싶어서?”
“말고는”
“..외로워서..?”
남자가 말했다.
“..첫 번째, 술도 마셨고 두 번째, 정신 차리니 키스하고 있었고. 세 번째, 오빠랑 얘기하고 내 생각보다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느꼈고, 네 번째 음.. 오빠라면 해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고, 다섯 번째 ... 뭐 괜찮은 사람이랑은 해도 되니까.. 그 정도?”
여자는 친절하게도 오른손을 쫙 펴고 왼손으로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설명했다.
“흐응 그래?”
둘이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나누자 어느새 프로그램 하나가 끝났다.
“대신 한번만 안아주라.”
여자가 말했다.
“이리와.”
사람을 안기보다는 배게를 끌어안는 게 익숙한 남자였지만 여자의 청에 성심성의껏 응하려는 듯 그녀의 몸을 조심스레 하지만 힘을 주어 꼬옥 안아주며 머리에 쪽 소리가 나게 키스를 했다. 잠시 동안 둘은 그렇게 가만히 있었지만 곧 여자는 몸을 돌려 남자의 품에서 빠져 나왔다.
여자는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돌리고는 시답잖은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오빠 힘들었겠다.”
“뭐가?”
“몸이 그러면 아무래도 힘들었을 거 같아서.”
“... 그야 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막상 잘 되려고 해도 최종적인 데서는 한발 물러서게 되더라. 사귀다보면 섹스도 할 테고 그것 때문에 생각이 많아지더라고.”
남자는 이에 대해 오랫동안 자주 생각을 했었다. 물론, 세상엔 여러 사랑의 형태가 있고 그 중에는 플라토닉이라는 형태도 있었지만 남자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었고, 그렇게 좋은 사람이 남자를 좋아해 줄 것이라는 자신은 없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알아?”
“당연히 알지. 어렸을 때부터 수술도 많이 했었으니까. 그러다 치료 포기한 거고. 엄마는 이 얘기만 나오면 미안해하지.”
“아, 그러게 어머니는 미안해하시겠다. 유전인거야?” “예전에 유전자 검사 받았을 때 의사가 그러더라. 나는 괜찮은데 누나가.. 아, 나 누나 있잖아. 누나도 검사를 받아야 된데 누나가 애를 낳으면 나 같을 확률이 있다나봐,”
“아 모계 유전이구나. 그럼 어머님이 더 미안해하시겠네.”
“그렇지 뭐.”
남자는 생애 처음 느끼는 감정을 느꼈다. 남자의 몸은 10연지기 불알친구들에게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만난 지 3개월도 채 되지 않고 둘이 만난 건 처음인 이 여자가 내 몸을 보고 그것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될 줄이야.
“... 차라리 널 좋아됐으면 좀 편했으려나.”
남자가 말했다. 남자 역시 2년간 짝사랑하던 상대에게 실망하고 그로인해 맺어왔던 동기들과의 관계가 망가져 사람에겐 기대하지 않겠다.다짐한 상태였다.
“오빠 나 좋아하지 마라.”
이를 듣던 여자가 말했다. 남자는 여자의 말에 깊은 생각에 잠겼다.
“알아. 내가 좋아하던 사람은 다 나를 싫어하더라고. 안할래.”
“오빠 내 전 남자친구가 나 버린 거 후회할까?”
텔레비전의 채널을 돌리던 여자가 문득 말했다. 사실 여자는 얼마 전 8살 연상의 남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였고, 그리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많은 상처를 받은 모양이었다. 병원에 상담을 다니며 약을 먹고, 술을 마시며 울고, 그녀는 그렇게 지내왔다.
“당연하지 너같이 좋은 여자를 놓친 건데. 너 괜찮은 애야 너무 착해. 네 몸이 망가질 정도로 착한 애.”
“그럼 내가 얼마나 착한 대.”
남자는 여자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여주었다.
“정확하게 내 가슴을 치네.”
“아, 가슴이었어? 아니 난 어깨 치려던 건데 미안.” “킥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그건 그러네. 킥킥”
여자는 텔레비전을 끄며 돌아누웠다. 그러고는 “가슴 만져줘.” 라고 말했다.
이를 들은 남자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고, 그녀의 커다란 가슴을 사정없이 주물렀다.
그러고는 누가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벗으며 관계 맺기를 재도전했다.
“아.. 하아.. 아흐.. 오빠 하고 싶은 거 다해. 뭐 해줄까.”
“하아.. 하.. 넌 뭐 하고 싶은데..?”
“하아.. 깨물어줘.. 아응 귀”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원하는 것을 채워주었고, 그것은 육체에서만의 쾌락이 아닌 감정적인 쾌락과 마음 속 깊이 남아있던 외로움이 채워지는 듯 한 쾌락이었다.
“아 좋아. 오빠.. 하아..”
여자는 끊임없이 신음소리를 내었고, 남자는 여자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사랑스럽다는 듯이 그녀의 입술을 탐했다.
다행이 이번엔 성공적이었다. 물론, 남자의 몸에 특수성 때문에 통상적인 관계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심지어 여자가 만족을 했는지 아닌지도 남자는 확인 할 수 없었다. 여자는 다수 성경험이 있는 듯 보였고, 신음을 내고 반응을 하는 것에 익숙해 보였기에 진짜 반응인지 아닌지 경험이 처음인 남자는 분간을 할 비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가끔 여자가 부르르 떠는 반응에서 같은 느낌을 받았으리라 조심스레 바랄 뿐이었다.
“하아 오빠 사정했어? 안에 한 거 아니지?”
“하아 하아 응.”
“하.. 좋았어? 나도 좋았어.”
관계가 끝난 뒤, 둘은 잠시 말을 나누었지만 동시에 잠이 들었고 몇 시간인가 지나고 위층에서 울리는 모르는 여자의 신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맨몸으로 잠에서 깬 여자가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이내 남자의 왼손을 자신의 왼쪽 가슴에 가져다 댔다.
"오빠 만지고 싶은대로 만져."
그러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무게감과 폭신함, 부드러운 감촉이 남자의 왼손에 느껴졌고 둘은 잠시 그 과정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남자는 다음단계를 위해 왼손을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가져갔다.
그나마 한 번의 관계 덕에 이번엔 훨씬 수월하게 여자의 속을 느낄 여유를 가지고 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너무 좋았던 것인지 남자는 그녀의 안에 자신의 욕망을 흩뿌리고 말았다.
“이 오빠 안 되겠네. 안에 하면 어떻게 아무리 생리 마지막 날이라지만 여자한테 안전한 날은 없어. 안에 하면 안 돼.”
“..미안 나도 모르게.. 씻고 올래? 아니면 휴지 줄까?”
“음.. 오빠 발사력은 얼마나 돼”
약간은 민망하고 웃긴 질문이었지만 남자는 객관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말했다.
“그리 좋지는 않아.”
“킥킥 휴지 주라.”
남자는 옆 화장대 위에 티슈에서 두 장을 뽑아 여자에게 건넸고 여자는 그것을 받아 자신의 소중한 부위를 닦았다.
“우리 오빠 3분 오뚜기네 킥킥”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냐.”
“키킥 3분 오뚜기 오빠 푸하핫”
여자는 즐거운 듯이 남자를 놀렸고 남자에게는 자존심이 떨어질 말이었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그렇게 놀려대는 여자가 귀여워 보이기만 했다.
“귀엽네~ 오빠”
하지만 막상 귀엽다는 말이 나온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 쪽이었다.
“내가 좀 귀엽지.”
둘은 그렇게 세 번째 관계를 마치고 누워 잠을 청하려 눈을 감았지만 첫차를 타기위해 모텔에서 나가는 사람들과 위층에서 울려대는 모르는 여자의 신음소리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푸하핫”
“하하하 뭐야 저긴”
같이 웃음을 터트리기는 했지만 먼저 할로윈 하룻밤의 환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 것은 여자 쪽이었다. 여자는 등을 돌리며 “배고프다.”라고 말했고 남자는 슬슬 집에 가자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가서 뭐 먹을까. 아니면 집에 갈래? 좀 있으면 출근시간이라 차 막힐 텐데.”
“음.. 그러자 나 택시 좀 불러줘.”
남자와 여자는 일어나 아무렇게나 벗어 두었던 옷을 주워 입고는 핸드폰 어플을 이용해 택시를 예약했다. 택시가 오기까진 10분정도 시간이 걸렸고 옷도 다 입고 모텔 침대에 앉아있자니 이미 현실로 돌아온 둘은 어색함을 참지 못했다.
“나가서 기다릴까?”
“응 그러자. 하.. 술이 원수지. 이렇게 될줄 몰랐는데 같이 일했던 오빠랑..”
“그러게 미술관 보고 밥 먹고 집 갈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나중엔 술 마시지 말고 밥만 먹자.”
“그러자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보거나.”
“응. 그러자.”
“열쇠 가지고 가야돼지?”
“어 열쇠 어디 있어.”
“여기”
둘은 신발을 신으며 아무렇지 얘기를 나누고는 모텔을 나섰다. 모텔을 나서는 둘은 관계를 맺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리감을 두었고, 같이 일했던 친한 누나이자 언니에게는 밥 먹고 헤어졌다고 얘기하자며 입을 맞췄다.
그 뒤로는 서로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택시를 탔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기 다며 길었던 하룻밤에 대한 현자타임을 느끼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가며 남자는 얼마 전 재밌게 읽었던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책이 생각났다.
“너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책 알아?”
“아니 왜 지금 이 상황이랑 비슷해?”
“뭐.. 약간 그 주인공이 좀 그렇거든.”
노르웨이의 숲과 인간실격 남자가 좋아하는 대표적은 두 책이었다. 당시엔 인간의 내면을 그렸다는 것에 호감을 느꼈던 책이지만, 지금은 두 주인공이 관계를 맺고 관능적으로 설명된 책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얘기를 나누며 어느새 남자가 사는 동네에 도착을 했다.
“아 택시비 줄게.” 남자는 주머니에서 현금을 꺼냈지만 “됐어 어제 오빠가 더 많이.. 썼잖아.” 여자의 말은 모텔비를 말하는 것이었다.
남자는 순간 꼬깃꼬깃한 지폐를 쥐고 고민했지만 이내 서로가 원했던 것이라 생각하며 돈을 쥐어주는 행위에 어색함을 느껴 여자의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 그럼.”
택시는 신호에 걸려있었고, 잠깐의 침묵이 택시 안을 맴돌았다.
“사거리에서 우회전하기 전에 역 쪽에서 세워주세요.” 남자는 택시기사에게 말을 했고 이 상황의 끝이 다가놨음을 선고했다.
“조심히 들어가고 도착해서 카톡해 도착이라고만 보내도 되니까”
“응응 도착 이응이응 이렇게 보낼게”
“그럼 오키 쉬어라 라고 답할게.... 다음에 다 같이 보자. 잠수타지 말고”
“알았어.”
어느새 택시는 남자가 말했던 지점에 도착했고 남자는 택시에서 내리며 조심히 가 연락해! 라며 손을 흔들었다. 아쉬웠던 것은 도로의 턱과 택시의 높이 때문에 여자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던 것 정도. 하지만 여자가 흔드는 손을 보고 이내 택시 문을 닫았다. 출발하는 택시를 향해 손을 한 번 더 흔들고 남자는 길을 건너기 위해 역안 으로 향했다.
역을 통해 사거리의 대각선 방향으로 나온 남자가 처음 찾은 곳은 예전 고등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 편의점이었다. 편의점은 남자가 일했던 때와는 구조며 인테리어가 바뀌어 예전 그리움은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는 캔 콜라 하나와 담배 한 갑을 사들고 자주 담배를 피던 곳으로 가 담배를 폈다. 콜라는 굉장히 달았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어제 밤 관계를 나누며 여자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들과 여자의 온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이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을 자리를 찾지 못하던 남자에게 여자는 긍정과 남자의 존재를 인정해준 고마운 사람이 된 것이었다.
담배와 빈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남자는 15분정도 거리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아마 아버지는 출근하시고 엄마는 주무시겠지. 아, 누나는 출근준비를 할 시간일 것이다.
10분 정도 걸었을까 택시를 불렀던 어플에서 도착했다는 알람이 울렸고 2,3분 뒤 여자에게서도 연락이 왔다. 도착 이응이응 이라고만 보낸다던 여자의 메시지는 존댓말로 쓰인 도착했다는 내용과 쉬라는 말이었다.
클럽에서부터 여자는 반말을 했었고 남자역시 존댓말을 버린 것은 클럽에서부터였다. 하지만 지금 여자는 다시 존댓말을 섞었고, 남자는 내심 아쉬움을 느꼈지만 내색하지 않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하룻밤이었고 그 하룻밤은 지났으니까.
하지만 남자의 답문은 반말이었다. 그건 남자 나름의 가까워졌다는 의미와 서로 암묵적으로 잊기로 한 지난밤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에서였다. 여자는 알지 못하겠지만.
‘그래 자라 고마움.’
남자는 여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구구절절 설명을 할 깡다구도 이유도 없었기에 ‘처음 경험이 너라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을 담아 소심하게나마 표현을 했고, 여자에게 돌아온 답문은 ok라는 이미지가 들어간 이모티콘이었다.
문자를 보내는 동시에 남자는 집 문 앞에 도착했고 집 앞 화분에 숨겨둔 열쇠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제 완벽하게 그의 현실에 도착한 것이다.
이 글을 니가 읽을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만약 읽게 된다면
일단 미안. 이런 글을 내 마음대로 써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 미안해. 사과할게. 뺨을 때리든 욕을 하든 원하는대로 해도 되니까 보게 된다면얘기 해줘.
그리고 너한테는 술취해서 벌어진 하룻밤의 실수였을지 몰라도 그만큼 나한텐 큰 위로가 되었고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제와서 하는 말이지만 클럽에서 춤을 추지않은 것보다 후회가 남는건 둘이 같이 있는 사진 한장, 네 사진 한장 없다는게 제일 후회되네.
이 글은 다른 의도는 없고 고맙고 누구든 위로 받을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적은거니까.
그건 너 역시 마찬가지로 외로운거 힘든거 다 괜찮다고 받아줄수있는 사람이 있을거야.
결국 결말은 이상하게 났지만 그래도 넌 나한테 평생 기억 될 특별한 사람이 된거고 받는게 서툰 나에게 무언가를 준 처음의 사람이야.
그러니까 니가 부끄러워할 만큼 부끄러운 사람 아니라고 적어도 나에겐 너무나 이쁜 아이였다고 말해주고 싶다.
넌 진짜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 애니까 나중에 잘 살고 있다고 바람에 스치는 얘기라도 들리게 해줘
만약 진짜로 괜찮아져서 연락하게 되면 좋은 관계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