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가고, 안목은 자라난다.




박물관에서 보낸 꽤 오랜 시간 동안 유물을 보고 진정으로 절절함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곳은 그저 하나의 사무실에 불과했다. 답답하고 힘든 시기였다.

그러다가 공부가 진척되고 견문이 쌓여 가면서 참으로 긴 시간이 흐른 어느 때부터인가 남의 지식이 아니라 나의 눈으로 하나하나 보는 눈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안목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안목이란 단순히 유물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사물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포관한다. 이러한 점에서 돌아보건대 내가 안목을 틔위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그러한 눈을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각주:1]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민음사 북클럽 가입 후 주기적으로 참여하던 이벤트에서 였다.

책을 처음 펴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것은 내 이름이었다.

 비록 펜으로 적혀지긴 했지만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이라는 생각과 신경을 써서 보내줬다는 기쁨에 책에 대한 호감이 강해졌다.





이내옥 작가는 문화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립 박물관에서 34년간을 일해왔다. 

일을 하며 짧은 단편 글들을 썼고, 그 글들이 주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책으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1부 아름다움을 보는 눈

2부 알아본다는 것

3부 시골에 집을 마련하다

총 3부로 나눠지며 각각 소제목이 붙은 단편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단편으로 구성되어있는 책의 특성과 읽기 편한 문체덕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을 할때 읽기 좋은 책이다.



아름다움이란 본래 존재하지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다.


인간은 우주를 알지 못한다, 화엄경에 이르기를 광대무변한 우주는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로운 존재이고, 무수한 꽃으로 장엄된 아름다운 세계라고 했다.

- 아름다움을 보는 눈






마치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글 처럼 쓰여진 책이라 글 하나 하나마다 담겨있는 것들이 다른데, 

큐레이터로 오래 일을 하며 알게 된 지식들이나 주위의 사람들에게 받은 영향 혹은 이내옥 작가가 느꼈던 순간의 아름다움등이 있다.


그 중 호숫가에서 겨울을 생각하다라는 소제목의 글은 개인 작업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부분은 이내옥 작가가 춘천에서 생활을 하며 근처 카페에서 어둠의 싸인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이났던 이정이라는 화가의 강촌 어부도를 설명하고 있다.


뭇 산의 새는 날기를 그쳤고

모든 길에 인적이 끊어졌는데

외로운 배 위의 사립 쓴 늙은이

눈 쌓인 차가운 강에 홀로 낚시하네[각주:2]



사람들은 대부분 죽음의 순간에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더 이상 가져갈 수 없으니 비로소 무소유 앞에 직면한다.

모든 관계를 떠나니 무한한 고독과 대면한다. 천 길 낭떠러지에 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순간에 열리는 새로운 세계이다.

아마 우리 인간의 죽음도 흰 눈에 덮인 겨울의 호수 풍경처럼 아름다울 것이다.

- 호숫가에서 겨울을 생각하다


최근 작업을 하면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많은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림에 담고 싶은 내용은 많았고, 표현은 되지 않고 그러다보니 점점 나락에 빠지는 기분에 빠져있을때 이 부분을 읽었다.

많은 것들을 담는 것 보다는 내가 느낀 순간의 아름다움이나 사소한 일상에서의 감정을 전달하고 그 순간에 충실하는것이 작업을 하고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에게 감정의 전달이나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구절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주위에 그림을 전공하고 작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동기나 친구, 후배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우리들이 작업을 하면서 혹은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배워가면서 오히려 진짜 중요한 순간 순간을 놓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좋은 그림, 작품은 그런 순간을 잡아내 그것들을 표현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작업내용에 있어 조금 더 깊이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세상이 지루하고 아름다움을 잊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


  1. 안목의 성장 본문 중에서 [본문으로]
  2. 유종원의 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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