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명랑한 키티는 허영 많은 엄마의 기대 속에 사교계에 등장하지만 결국 나이에 쫓겨 도피하듯 결혼한다. 키티는 지루한 삶에 활력을 주는 매력적인 유부남 찰스 타운센드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불륜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자 찰스는 키티를 배신한다. 아내의 부정을 알게 된 세균학자 월터는 아내 키티를 협박해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 오지로 데려간다. 월터가 배신감과 증오, 사랑 사리에서 고뇌하는 사이 키티는 삶의 새로운 국면에서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서머싯 몸은 학창 시절 단테의 [신곡] 연옥편에 나오는 피아의 이야기에 매료되었고, 중국 여행 경험을 토대로 세련되고 현대적인 20세기 피아 이야기를 창조했다. [인생의 베일]은 허영과 욕망이라는 굴레를 극복해 나가는 키티의 힘겨운 서장을 통해 진정한 사랑, 용서와 화홰, 그리고삶의 의미를 되짚는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다. 서머싯 몸의 소설들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할을 주며 감동적이고 무엇보다도 재미있기 때문에 세대를 초월해 널리 읽힌다. 특히 [인생의 베일]은 보다 보편적인 주제를 타루는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작품이다. 




처음 이 책이 눈에 띄었던건 사람에게 치여있을때였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고 술에 취해 민음사 북클럽에 가입하고 책을 고르던 중,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 그대로 충동적인 기분에 배송했던 책이며 배송된 책들 가운데 가장 먼저 읽기 시작한 책이기도 하다.


소설의 시작은 월터와 결혼해 홍콩으로 온 키티가 자신의 침실에서 찰스와 바람을 피던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면서 시작한다.

이내 잘못들은 소리라며 찰스는 키티를 안심시키지만, 찝찝한 기분을 숨기지 못하며 몇일의 시간이 지난다.

어느날, 집에 돌아온 월터가 콜레라가 만연한 중국 오지로 자신과 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그렇게 하지 않을시 키티와 찰스의 부정한 관계를 세상에 알리며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만약 월터와 키티가 이혼을 한 후, 바로 찰스와 재혼을 한다면 순순히 이혼을 해 준다고 말을 해, 키티는 이 사실을 찰스에게 알리지만 찰스는 키티를 외면하며 자신은 지금의 부인과 이혼 할 생각이 없고 키티를 콜라레가 만연한 죽음이 도사리는 곳으로 가라고 한다. 이에 키티는 영원한 사랑일 것이라 믿었던 찰스에게 당한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며 상처만 가득 안은채, 중국 오지로 떠나게 된다.



키티는 모든 인류가 저 강물의 물방울처럼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서로에게 너무나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머나먼 타인처럼



이야기의 본격적인 시작은 키티가 상처를 입고 오지에 도착하면서 시작한다.

찰스와 키티의 관계 속에서 가장 상처를 받은것은 월터일 것이다.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던 아내가 다른 남자와 있는것을 보고 그 남자에게 버림받아 아파하는 아내를 바라보는 심정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끔찍할 것 같다.


그 탓인지, 오지에서 월터는 키티를 방치와 같은 형식으로 방갈로에 두고 콜레라 연구를 위해 바쁘게 이 곳 저 곳을 다닌다. 

찰스에게 버림받은 슬픔과 의지할 곳이 없던 키티는 오지에 있던 워딩턴이라는 남자와 친구가 되어, 그 사람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랑 받는 것보다 사랑하는 거에요.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는 고마움조차 모를 수 도 있어요.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는데 나는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지루함만 느낄테니까요.




마음을 얻는 방법은 딱 하나 입니다. 자신이 사랑을 주고 싶은 대상처럼 자신을 만들면 되지요.




키티는 그곳에서 살아있지만 죽은 것과 같은 생활을 한다. 아무도 자신을 찾지 않고, 자신이 있을 장소를 잃어버린 기분으로 방갈로에서 책을 읽고 워딩턴과 이야기를 하며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월터는 세균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마을의 영웅이자 구세주 처럼 칭송하던 수녀원에서 그의 부인인 키티를 초대하게 된다. 그 곳은 고아들과 병에걸린 병사와 사람들로 인해 일손이 부족한 상태였다. 자신이 있을 곳과 자신을 필요로 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키티는 그 곳에서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수녀들은 기쁘게 그녀를 받아들인다.


키티가 수녀원에서 일이 손에 익고 마음을 의지할 곳을 만들어가며 찰스에 대해 잊어가고 있을즈음.

늦은 새벽,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키티는 집에 들어오지 않은 자신의 남편인 월터가 늦은 시간에 돌아온 것이라 생각했지만, 들어온것은 워딩턴이었다. 워딩턴은 키티를 급하게 깨워 월터가 있는 도심부로 데리고 간다. 

월터가 콜레라에 걸려 죽기 직전인 상태라는 것이다.



한 줄기 연기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인간의 생명처럼.



월터가 죽게되고 키티는 수녀원에 남아 일을 하지만, 수녀원장은 키티가 홍콩으로 돌아가 집을 정리하고 영국으로 돌아가기를 권하고 키티는 자신의 의지할 곳이던 수녀원에서 쫓겨나듯 집으로 향하게 된다.



알겠지만, 평화는 일이나 쾌락, 이 세상이나 수녀원이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답니다.



이야기는 키티가 홍콩을 거쳐 영국으로 돌아가 불꽃 같았던 어리석은 사랑을 뒤로 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인생의 본질을 찾기 위한 인간으로 거듭나며 끝이 난다.


평화는 그 어디서도 아닌 자신의 영혼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는 수녀의 한마디가 책을 읽는 나에게 가장 와닿는 한마디이다. 

난 사람에게 상처를 받은 후,키티와 마찬가지로 나를 받아들여 주는 장소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기존에 내가 맺어온 인간관계에서 그것을 찾지 못하고는 나 혼자 기대하고 실망해, 모든 사람들과 거리를 만들고 벽을 세워 내 자신이 이방인이라는 너무나 어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수녀의 말에서 모두 부질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상처는 내가 치유해야 하는 것이고, 그 치유 방법은 외부의 사람이나 요소가 아닌 내 자신의 내부에서 나만의 후시딘을 찾아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많은 상처를 가지고 살며, 그 상처를 치유하기에 바빠 다른 사람을 받아들여 줄 마음 속 공간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사랑에 상처받고, 사람에게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함께 권하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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