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남자는 글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읽지도 쓰지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침대의 전기장판을 켜둔 채 누워서 핸드폰만을 하는것이 남자의 유일한 낛이었다. 병원에 가는날에도 남자는 침대의 유혹에 못이겨 나가지 않았다. 그 다음날 병원에 갔을때, 한달넘게 상담한 의사는 남자에게 오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혹시 병원에 오는게 무리가 가거나 힘든 부분이 있으면 말해주세요, 지금 우리는 면담을 하면서 치료를 하는 과정이니까. 저한테는 아무 숨김없이 눈치 보지 말고 다 말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전 날 느꼈던 귀찮음과 자신의 생각을 쓰는 숙제의 대한 부담감을 토해냈다.

 그러자 의사는 "그러면 숙제는 한동안 중단하죠. 인지 치료를 위해서 냈던 숙젠데 그것에 부담을 느껴 병원에 오지 않는거면 잠시 쉬는것도 좋아요. 왜 귀찮았나요?"

 남자에게 반문했다.

 "그냥.. 요즘.. 저번주부터였나, 약을 안가지고 가서 못먹은것도 있긴한데. 좀 많이 우울했었거든요. 그러다가 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다 모르겠다. 이제 됐다 라는 생각. 그래서 그냥 집에 누워있는게 제일 편하게 된 것 같아요. 좀 피곤한것도 있구요. 일주일 내내 나갔었거든요."

 "흠, 그럼 일주일 전부 나간적이 없었나요?"

 "아뇨, 그런건 아닌데.. 그냥 좀 피곤햇나봐요."

 "혹시 병원에 오는게 불편하신가요? 저의 말이 불편한 부분이 있다거나 하는것은 바로 말해주는게 좋아요. 치료의 과정이니까. 저한테는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남자는 다시 한번 물은 의사의 질문에 피곤했을거라는 변명만을 했다. 그러고는 잠시간 침묵이 흐르고,

 

 "좀.. 생각이 자꾸 들더라구요. 제가 우울함에 취해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기분이요."

 "아하, 우울함의 취해있다. 그건 어떤거죠?"

 "음.. 우울증환자의 역활을 하는 기분인거에요. 예를 들어서 다른, 처음보는 모임에 가면.. 그림을 그리니까, 예술가인척하는 그런 역활극을 하는 느낌처럼요."

 "조금만 더 자세히 말해주시겠어요?"

 "아... 뭐라고 설명을 해야될지 모르겠는데, 그냥 사실은 건강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우울하고 싶어서 우울한척하면서 병원에 다니는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인거에요."
 "아아, 그럴수도 있겠군요."

 의사는 남자의 말에 동의 해 주었다. 항상 의사는 남자의 의견에 반론을 제시하지않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었다.

 "음.. 그래도 제가 봤을때는 치료를 받는게 맞다고 생각이 들어요."
 의사는 말했다.

 "그런가요?"

 "왜냐하면, 본인의 생활이 불편하고 힘들어서 찾아온거잖아요. 그리고 검사를 하고 제가 본인을.. 당신을 (의사는 이름을 말했지만, 글의 특성상 당신으로 씀)본게 한달이 넘었잖아요. 근데 당신은 치료 받는게 좋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27년간 쌓아온 우울함이 있는거잖아요. 당장 본인이 힘든 부분이 있는거니까. 그러니까 힘든건 티를 내도 좋아요."

 

 사실 남자는 본인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것을 부모님께도 말하지 않았다. 친구들 중에서도 정말 친하고, 건강하다고 느끼는 두명에게만 다닌다는 말만을 하고 그 뒤로는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않았다. 아, 남자의 누나에게도 말을 했지만, 남자와 그의 누나는 서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과 본성이 있기에 신경쓰지 않았다.

 

 "제가 관심을 받고싶은건있는 것 같아요." 남자는 말했다.

 "관심을 받아도 돼요. 당장, 감기걸려서 아파도 관심 받으면 좋잖아요. 아프면 티를 내고 그것에 대한 관심을 받는게 좋아요. 하지만 그런것도 아니잖아요."

 ".. 모르겠어요. 관심을 받고 싶기는 한데... 그냥, 모르겠어요."

 

 이번주의 남자와 의사의 내담은 이런식의 내용이 전부였다. 남자는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는 얘기를 했고, 의사는 남자의 그림을 칭찬해 주었다. (의사의 의도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그렇게 느꼈다.) 그러고는 다음 면담 날짜를 정하고 그에 맞추어 약을 처방해 주고 면담은 끝났다.

 남자는 10일치 약과 5일치 수면제가 처방된 처방전을 받아들고는 약국으로 향했다. 

 

 그러부터 며칠 후,

 

 남자는 아무 생각없이 술을 마시고 게임을 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조정을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을 느끼며 남자는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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