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자기연민에 빠지게 한다. 의사가 말했다.

약을 먹으면서도 술을 마시며 남자는 머릿속을 스치는 의사의 말에 집중했다.

술을 멀리하라. 약은 몸에 맞느냐. 자신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써와라. 그것을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나눠서 써와라.

우울증에 대한 치료인지.

불안증에 대한 치료인지.


남자는 오늘 우울하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오늘은 아침약을 깜박하고 먹지 않은 날이었다. 하지만, 신나면서도 다시 한번 의사의 말이 머릿속을 스쳤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조증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자가 먹는 약에는 반절짜리 조증약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때문인지, 한동안 남자는 자신의 신나는 기분과 우울한 기분이 진짜 자신의 기분인지 아니면 약때문인건지 분간할 수 없었던 것을 떠올렸다.

 

오늘 남자는 독서모임에서 술을 마시느라 깜박하고 못 먹었던 저번주 저녁 약 만을 먹고 혼자 술을 마시러 갔다.

혼술집에서 남자는 책을 읽고, 영화를 소개하는 예능을 보고, 코인 노래방을 갔다가 집에 와서는 혼자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쓸데없이 남의 연애사에 참견하는 남자의 일상과 비슷한 예능을 보며 글을 끄적이고 있었다.


사실 남자는 11월의 마지막날을 누군가와 즐겁게 떠들며 보내고 싶었다. 이건 주말마다 마찬가지였지만 오늘은 그 기분이 강하게 들었다.

하지만 남자를 만나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고, 아무 근거없이 술에 취해 친구가 말한

일본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에 이력서를 보낸다고 답을 하며 일본의 집을 구할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내 그것은 괜한 걱정이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남자의 귀차니즘에 감싸여 사라졌다.


남자는 내일 독서모임이 있고, 점점 심해지는 숙취에도 불구하고 술을 취할때까지 마시는 버릇을 고치지 못했다. 그건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혼술집에서 시작한 일본에 집 값 얘기 때문인지, 남자는 술에 취했다는 느낌도 들지 않게 취해버렸고. 집에와서 맥주를 마시면서도 취하지 않았다는 자만심에 사로잡혔다.

그저 출처를 알 수 없는 허기감만이 남자의 뱃속에 가득했고, 먹어도 먹어도 남자는 그 허기감을 채울수가 없었다. 

그 허기감을 채운것은 먹을것도, 마실것도, 이야기를 하는것도, 심지어 담배도 아닌 남자에게 문득 문득 찾아오는 울고 싶다라는 단순한 감정이었다.

지금도 남자는 울고 싶다는 감정에 휩싸여 있지만 막상 울자니 눈물이 나오지 않아 그것을 글로 끄적이며 그저 이 감정이 사라지고 차라리 졸음이 몰려오면 좋겠다는 생각만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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